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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인도 생활

인도 생활 - 메이드(가정부) 고용 ?

by 쿠시_뭄바이 2022. 4. 7.

  누가 나에게 '인도란 어떤 나라인가?' 라고 물으면, 나는 '1960년대와 2022년대가 함께 공존하는 나라'라고 주저없이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도'라고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대부분 '더위' '터번을 쓴 사람과 사리입은 여자 '카레' '강간의 나라(슬프게도)' '더럽고 못사는 나라' 정도? 다만 이건 인도의 일부분이고, 엄청난 고층빌딩과 쓰러져가는 판자촌이 공존하며, 의외로 IT 강국이면서 부자들이 정말 많은 나라 (다만 못 사는 사람들이 이에 비해 엄청 많아서 상대적으로 없어 보일 뿐;;)가 인도라고 하겠다. 

 

 인도하면 대표적으로 '빈부격차' 가 아닐까? 인도는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잘 사는 사람도 많고 중산층도 많고 또 하층과 극빈층도 많다. 이 중 어느정도 '노동자층' '하층'에 속하는 - 가정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비가 비싸기 때문에 중산층도 왠만해서는 가정부(메이드)를 고용하지는 않는것이 문화라고 알고 있으나, 인도는 왠만큼 사는 집이면 다들 가정부를 고용한다. 왜냐고? 노동비가 정말 저렴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예전에는 여자들이 집안일을 도맡았으나, 시간이 지나 현대 문물이 들어오고 교육율이 오르면서 어느정도 배우고 경제력이 있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게 더 늘어났다고나 할까? 다만,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다 가정부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음식에 민감하거나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집의 경우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가정부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부 없는 집 = 못 사는 집'은 아니니 참고하면 좋겠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인데도 불구하고 냉장고가 없는 집(!)도 봤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음식은 항상 신선하게 먹고 찬 물을 먹으면 감기에 걸리므로 (놀랍지만, 냉수 한 잔 먹고 다음날 감기 걸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다! 찬 겨울에 항상 얼음물을 마시는 우리와는 다르다!) 냉장고가 필요없다고 하는 집도 봤다... 따라서 지레짐작은 금물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가정부를 고용하려면 어느정도 비용이 드는가? 사실 해당 부분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이다. 한인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밴드'나 단톡방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보면, 인도 가정부를 고용하는 한국인 대부분이 주재원이고 비용에 대해 많은 생각없이 달라는대로 줘서 전체적으로 운전수나 가정부 비용이 너무 많이 비싸졌다는 이야기가 종종 보인다. 따라서 한인들이 모여있는 델리, 구르가온, 첸나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비싼것으로 알고 있다. (또 가정부가 한식을 할 줄 아는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등에 따라서도 비용의 차이가 있다.)

 

 나의 경우를 공유하자면, 현재 일해주고 계시는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한달에 4,500루피 (한화 약 73,000 원)를 드리고 있다. (이번년도에 금액을 올릴 예정이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이 있고, 아침 8시 30분에서 9시 정도 와서 한 11시 ~ 11시 30분 정도면 모든 일을 마치고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약 2 시간 남짓 되는 시간에 정말 모든 집안일을 하는데, 쿠킹 (아침과 점심/저녁 다) + 설거지 + 집청소(베란다 포함)는 매일하고 화장실은 일주일에 한번씩 한다. (그리고 우리집 말고도 한 3 ~ 4군데 더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해당 아주머니는 우리집에 일한지 약 4 ~ 5년이 되어가는데, 사실 해당 아주머니를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성실하게 일하지 않거나 그냥 일을 밥먹듯이 빠지거나(...)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믿을만한 사람 (현재 일하시는 분)을 찾기까지 고생 꽤나 했다. (믿을만한 사람 찾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건 '직업'을 떠나 어디서나 통용되는 듯 하다...) 2, 3명을 거쳐서 해당 아주머니가 우리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분은 어려운 일이 있을때 우리가 도와주기도 하고 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나랑 남편이 일이 있을때 열쇠를 맡기고 집을 비우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성품이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아주머니라고 부르기가 뭐한게, 사실 나보다 4, 5살 어리다... 백신 증명서 다운로드 해 주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이러면 내가 나이가 많은 건가? 하하...) 

 

 위의 글을 보면 '어, 정말 비용이 저렴하다!' 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꺼다. 그렇다, 비용이 저렴하다. 한국에 비해서는 엄청. 다만 모든 인도 가정부 비용이 이렇지는 않다. 나는 뭄바이 '근교' 에서 살고 있고(뭄바이에서 차로 2시간, 전철로 1시간 거리), 다행히 내가 힌디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알고 (아주머니는 힌디어와 마라티어를 한다.) 인도 음식을 먹으니까 (물론 우리 아주머니도 가르쳐주면 한식이나 양식도 곧잘 만들어준다. 다만 내가 귀찮아서 그렇지...... 시금치 무침 알려줄 때 잠깐 내가 한눈 판 사이 시금치를 푹 끓이려고 해서 내가 식겁했던건 안 비밀.. 알고보니 시금치 커리를 그렇게 만든다네? 그럼 영양소는 다 날아갔겠구만.. ) 이 비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도 하고 나랑 남편 이렇게 두명 사는데 치울것도 많이 없고, 음식도 대가족 양으로 안 만들어도 되고 하니 그것도 어느정도 감안된 비용이다. 아마 뭄바이 쪽으로 가면 두 배에서 많게는 세 배 정도 비싸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재작년 록다운 때, 원천봉쇄 + 아파트 소사이어티에서 모든 방문객을 금지했을때 역시 우리 아주머니도 일하러 오지 못하였다. (다만 월급은 계속 드렸다.. 사람이 먹고는 살아야지...) 그 때 나는 음식 + 남편은 청소를 담당했는데, 일하면서 음식하려니 어찌나 힘들었는지... 한 한달은 내가 음식을 만들었던거 같고, 소사이어티 안에서 홈푸드를 파는 집이 있어 거기서 정기적으로 시켜먹었는데 양도 그렇고 많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한 세 달정도 고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익숙해져버리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나 할까? 

 

 사실 오늘 해당 블로그 글을 올리면서 아주머니가 만든 인도 아침 식사 (간단하게 만든다.)를 사진으로 올리려 했으나, 오늘 남편이 '메기 (인도 라면 브랜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인도 '라면'에 대해 올리도록 하겠다.) 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그럼 나도 오늘 아침으로 따로 만들 것 없이 '메기' 같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오늘 포스트 사진은 인도 메기 라면이 되겠구만' 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침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중, 마침 목이 말라서 물 가지러 주방에 갔는데 거기서 '코카 (싱가포르 라면)' 두 봉지가 떡하니 뜯어져있는게 아닌가! 거기다가 해당 라면은 국물라면이고 인도라면은 볶음면 형식이라서 아주머니가 만드실 줄 모르실텐데... 아니나 다를까 국물이 사라져버린 내 코카 크랩 라면 크흑... 아주머니 그 뒤에 메기 라면 있었는데 왜 요걸 꺼내서 만드셨나요 ......  여튼 짜서 뜨거운 물 붓고 면은 다 불고.. 슬픈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주머니는 너무 미안해 하시고...) 자주 있는 헤프닝은 아니니까 나름 위안을 삼으며.. 오늘은 여기서 이만! 

 

국물 라면이어야 되었던(?) 라면...